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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공소를 순례하며

김영기(엘리사벳, 원주교구 흥업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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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8 발행 [1639호]


원주교구에서는 2021년 올해,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원주교구 공소 순례와 천주교 요리문답 쓰기 및 암송 행사를 하고 있다. 병상의 노모를 모시고 있는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미사 참여가 망설여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2019년, 2020년 원주교구 53개 본당 순례에 이어 공소 순례 행사를 마련해주셔서 순례와 함께 성체가 모셔져 있는 공소에서는 성체조배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본당 순례를 완주하고 나니 원주교구 신자를 만나면 왠지 우리 본당 신자같이 반갑게 느껴진다. 공소 순례를 마치면 또 어떤 기쁨이 생길지 기대된다. 박해가 끝날 무렵 원주교구에는 100여 개가 넘는 공소가 있었지만, 농촌과 탄광촌의 인구감소와 교통수단의 변화로 37개의 공소만 남아있다. 순례하며 늘 감탄하는 것은 이런 골짜기에 마을이! 더구나 우리 형제자매가 이렇게 많이 모여 주 천주를 믿으며 살았다니!! 공소 건물은 왜 그렇게 정겹고 아름다운지!!! 공소 신자들이 부러울 지경이었고 내 믿음이 더욱 작게 느껴지곤 하였다.

운영하는 카페가 쉬는 월요일, 요양보호사님께 어머니를 부탁하고 순례 다니는 시간은 순례의 기쁨도 크지만, 나에게 사색, 기도, 음악감상,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도 함께 준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이었다.

세례받은 지 30년이 넘었고 가톨릭평화신문, 신앙잡지, 영성가들의 책과 성경도 틈틈이 보고 있지만 천주교 요리문답을 쓰며 천주교에 대해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 많아 부끄러웠다. 사실, 평신자인 우리는 믿음이 교리보다 앞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리문답을 쓰면서 아는 만큼 보이고 믿음이 더 굳건해질 수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절에 우리 신앙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공소 순례와 요리문답을 쓰며 오히려 사도로부터, 선조로부터, 순교자로부터 이어져 온 내 신앙 천주교에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큰 은총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함 뿐이다.

더구나 2019년에 큰 수술을 하시고 8번이나 입·퇴원을 되풀이하셨던 노모께서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 2월부터 지금까지 검사를 겸해 단 5일만 입원하셨으니 기적같이 느껴져 감사할 뿐이다. 어머니가 편찮으시기 전에 함께 전국 60~70곳 성지를 순례했었다. 아쉽지만 이제 남은 성지순례는 나 혼자 마쳐야 한다. 나의 애마 SOUL! 12년이 지나도 여전히 잘 달려주어 고맙다! 최양업 신부님께도 너 같은 애마가 있었더라면 아니 예수님 예루살렘 입성 시 타셨던 나귀 한 마리라도 있었더라면 천주교의 역사가 달라졌을까?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높고 깊은 주님의 뜻을 그 누가 알리요!

어쩌면 신자 100명도 안 되는 공소의 모임과 미사가 오래된 미래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공소 순례를 마친다.



※독자마당 원고를 기다립니다. 원고지 5매 분량입니다.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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