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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자 수녀의 하느님의 자취 안에서] 19.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조경자 수녀의 하느님의 자취 안에서] 19.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조경자(마리 가르멜, 노틀담수녀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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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8 발행 [1639호]

수도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마치 수녀원에 입회하는 것이 ‘죽음’과도 같이 느껴졌었다.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가는 것이었으니 정말 죽는 마음으로 입회했다. 많은 것이 달랐지만, 그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그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조금씩 알아가면서도 그만큼 알게 된 것이 행복해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느껴졌었다. 또 다 알지 못하는 그 무한하신 하느님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는 것에 매일매일의 기도가 설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나 자신이 그분께 별로 합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도생활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내 욕구대로 혹은 내 뜻대로 사는 자신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샤머니즘 수업을 들으며, 나는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과 우리나라 인간문화재였던 무녀 김금화님을 찾아가 인터뷰할 기회가 되었었는데,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며 나에게 복을 빌어주셨다. “수녀님, 수녀님은 큰 신을 모신 분이고, 나는 잡신을 모신 만신 무당이에요. 성모님 사랑받으며 끝까지 가세요.” 무녀의 이 말씀이 참 겸손하게 다가왔다. 인터뷰 후에 우리는 풍어제의 굿거리에서 춤을 추는 무녀를 보게 되었다. 잡신이라고 말했지만, 그 신과 하나 되어 뛰는 무녀의 몸짓이 나를 부끄럽게 하였다. 나는 하느님께 동의한다면서도 내 멋대로 마음먹기를 밥 먹듯 하는데, 이 무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신과 혼연일체가 된 것이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런 내 생각은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을 가져왔다. 내가 따르고 있는 예수님은 아버지와 어떻게 일치를 이루셨을까? 그러고서 예수님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부활, 십자가, 수난, 공생활, 그리고 세례에 이르렀을 때에 나는 알아보게 되었다.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 위로 아버지의 성령께서 내려오시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음성이 들려왔고, 예수님은 “아빠, 아버지”라고 응답을 하신다. 이 깊은 사랑의 체험 이후로, 예수님은 당신이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에 따르신다. 예수님의 이 장면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을 때에 나는 비로소 내가 믿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내 욕구를 묵살하거나 내 뜻과 자유를 손상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 아들이 스스로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를 기다리시는 분이시지 조종하시는 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내 의지 없이 조종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예수님처럼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에 세례를 받았다. 세례받던 날, 신부님께서 영세자들에게 이름을 정하셔서 불러주셨다. 한 달에 한 번씩 공소를 찾아오셨던 신부님께서 내 머리에 십자가를 그으시며, “요한”이라고 이름 불러주셨다. 그러자 맨 뒤에 계시던 공소회장님께서 급하게 달려오시며, “신부님, 얘 여자예요”라고 말씀하셨다. 신부님은 당황하시며 다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체칠리아”라고 이름 불러주셨다. 그러니 나는 체칠리아도 요한도 내 이름 같다. 바로 이날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이었는지 나는 기억하게 된다.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길에서 계속 그분을 찾다 보니, 그분의 세례에서 나의 세례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된 날, 그분의 아들이 된 그 날이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첫걸음이었다. 나의 자유를 손상하지 않는 가운데 나와 일치를 바라시고, 기다리시는 주님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비록 나는 약하지만,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하는 요르단 강으로 간다. 성령 안에서….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조경자(마리 가르멜, 노틀담수녀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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