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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여성폭력, 가정 내 문제 아니다

[현장 돋보기] 여성폭력, 가정 내 문제 아니다

이지혜 보나(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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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2 발행 [1641호]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에서 ‘1회 친족성폭력 피해자 생존기념축제’가 열렸다. “친족성폭력, 우리가 멈춘다!”는 손팻말을 들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족성폭력 생존자와 반성폭력 활동가들은 검은 옷에 화려한 가면을 쓰고, 종로구 일대를 행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친족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2017년 776건, 2018년 858건, 2019년 775건, 2020년 776건으로 하루 2건꼴로 발생했다. 이 중 2020년에 발생한 776건 중 동거 친족에게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512명, 65.9%에 달했다. 지난 7월에는 “성폭력 가해자인 친오빠와 한집에 거주하고 있다”며 분리와 보호 조치를 호소하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고, 29만 명이 넘게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일, 반세기 넘게 미혼모와 성 학대 피해 청소년,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돌봐온 착한목자수녀회가 제16회 생명의 신비상 대상에 선정됐다. 착한목자수녀회가 전국 시ㆍ도에서 설치된 여성긴급전화 1366은 20년 동안 428만여 건의 전화로 11만 명이 넘는 여성과 아동을 폭력피해 현장으로부터 구조, 보호해왔다.

1366 전국협의회장 김성숙 수녀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가부장사회인 한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오랫동안 가정 내 문제로 은폐돼 범죄로 인식되지 않았다”면서 “여성폭력의 유형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 외에도 데이트 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점점 다양화되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세기 넘게 성폭력 피해 여성의 ‘곁’을 지켜온 착한목자수녀회가 생명수호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삶의 나락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픔은 돌봄과 보호를 필요로 한다.

이번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은 수상자에 대한 축하와 기쁨보다도, 아직도 어딘가에 숨어 아파하고 있을 ‘피해 여성’에 대한 돌봄과 연대의 마음을 공고히 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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