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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울려퍼진 캐럴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30)영화 ‘메리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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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5 발행 [1643호]



2005년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국내에서 크게 관심을 끌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난 정말 기뻤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이원복 작가의 만화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에서 읽었던 감동 스토리가 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인류에 커다란 아픔을 안긴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4년 크리스마스 때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프랑스, 스코틀랜드, 독일 병사들의 시각으로 이날의 일을 그려내고 있다. 프랑스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1914년 독일 왕세자인 빌헬름이 베를린 황실 오페라단의 주역인 테너 발터 키르히호프를 뷔르템베르크 전선에 보내 노래하게 하자 프랑스 병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박수를 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그려냈다.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캐럴은 전쟁도 멈추게 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독일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빌헬름 왕세자에 의해 파티에서 노래하도록 후방으로 보내진 성악가 니콜라우스 슈프링크와 애인인 덴마크 소프라노 안나 소렌센이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본인들의 간청으로 독일 전선에 다시 도착해서 전우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그 곡은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는데, 슈프링크가 노래를 부르자 스코틀랜드군의 파머 신부는 백파이프로 반주를 했고 이에 슈프링크는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내걸고 ‘다 함께 경배하세’를 답가로 부른다.

독일, 프랑스, 스코틀랜드군은 중립지대에서 모여 이날 저녁에는 발포를 멈추기로 한다. 그러자 병사들은 모두 모여 서로의 언어로 “Joyeux Noel” “Frohe Weihnachten” “Merry Christmas”라며 성탄 인사를 나누고 초콜릿과 샴페인을 먹고 마시며 서로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파머 신부는 병사들을 위해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가톨릭 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라틴어로 짧은 미사를 드린다. 이에 감동한 각국 병사들은 다음 날 아침 휴전을 연장하기로 하고 죽은 병사들을 묻어준다. 병사들은 눈밭에서 축구 시합도 즐겁게 하고 서로를 공습으로부터 대피시켜준다. 하지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이들은 서로 친구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있자고 약속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크리스마스 때 휴전한 사실이 군 상부에 보고됐고, 특히 독일 부대는 가족 면회가 금지된 가운데 멀리 동부전선에 배치된다. 동부전선으로 향하는 기차가 떠나기 시작하자 독일 병사들은 휴전하는 동안 스코틀랜드 병사들에게 배운 ‘나는 집을 꿈꾸네’(I’m dreaming of home)를 허밍으로 노래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독일 이등병 니콜라우스 슈프링크의 노래는 멕시코 출신의 롤란도 비야손이, 덴마크의 소프라노 안나 소렌센의 노래는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가 맡는 등 세계 최고의 성악가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크리스마스에 펼쳐진 전장의 기적은 전쟁의 광기 속에서도 잠시나마 병사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안겨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결국 실제 그들은 얼마 후 대부분 전사하고 말았지만, 테너 롤란도 비야손이 부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더욱 뜻깊게 만들어준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영화 ‘메리크리스마스’에 나오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2mUTexG3o0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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