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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의 토닥토닥] (4)상처도 받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우리는 ‘가족’

[박예진의 토닥토닥] (4)상처도 받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우리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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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발행 [1647호]


가족,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평온? 위안? 사랑? 아니면 원수보다 못한 사이?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지긋지긋한 관계? 우리 각자에게도 많은 얼굴이 있듯이 가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랑과 에너지의 터전이지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는 것이 가족이니까요.

가족은 우리가 처음 ‘관계’를 맺는 곳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부모와의 관계, 형제간의 관계, 경제적 상황, 가족의 분위기 등에 따라 성격이 형성되며 사회에 적응하는 정도도 달라집니다.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경험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세상을 불신하는 부적응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도 하나의 사회이니만큼 그 안에 많은 역학 관계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형제 관계인데, 같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누가 먼저 태어나고 누가 늦게 태어났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집니다. 많이 다투고, 말로 행동으로 서로 상처를 주는 일도 잦죠? 왜 그럴까? 심리학자 아들러는 이를 출생 순위에 따른 심리적 환경으로 구분하였는데요.

첫째의 경우 세상에 태어나 ‘왕’으로 군림하죠. 부모와 주변 사람이 오로지 자신만 바라보며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가정의 중심인물로 부각되던 때가 있는데요. 하지만 동생이 생기고 나면 이러한 상황은 달라지고 ‘폐위’에 준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독차지하던 부모의 사랑을 나눠 가져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동생은 태어나고 보니 힘과 절대 권력을 가진 ‘윗사람’이 존재해서, 그런 만큼 열등감을 느끼며 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맏이로부터 이들의 애정을 뺏어 와야 합니다.

이러한 역학 관계에 의해 첫째의 경우는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는 데 집중하고, 막내는 애교를 부리며 보호받는 데 집중합니다. 둘째 아이의 경우는 눈치가 빠르고 첫째를 경쟁자로 여겨 이기기 위해 노력하며, 중간에 끼인 셋째는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나 그 위치 때문에 갈등이 많은 형제 사이를 중재하는 데 애쓰기도 합니다.

부모 역시 이러한 관계에 따라 아이들에게 각자 다른 역할을 부여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합니다. 첫째에게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둘째와 셋째는 형 말 잘 듣고 동생 잘 보살피라고 하며, 막내는 애틋하게 여기며 과잉보호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의 역할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아이들이 존재 자체로 사랑받기보다는 역할 부여에 따른 능력을 잘해낼 때와 자신의 욕구에 잘 따라와 줄 때만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끼도록 하는 점입니다. 이 경우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 동시에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얻기 위해 형제간의 경쟁과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렇게 가족 내 위치에 따라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인정받는 방법을 선택하고 그 능력을 개발하며 가족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첫째가 공부를 잘한다면, 둘째는 착한 아이로, 막내는 분위기 메이커로 서로 다른 재능을 발휘합니다. 이것은 각자가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본능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편애나 자녀들 간의 비교, 아이들에 대한 높은 기대와 요구는 아이들에게 좌절과 상처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반발과 저항에 따라 부모 역시 상처를 입고 좌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곧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설날이 옵니다. 코로나로 예전처럼 모이긴 힘들겠지만, 그렇더라도 함께하는 자리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해보세요. 우리 가족이 함께 이겨온 어려움과 추억거리도 나눠보세요. 이 험한 세상 닥쳐오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든든한 의지처가 되는 곳은 결국 가족뿐입니다.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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