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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할머니가 지구를 지켜줄게”

[현장 돋보기] “할머니가 지구를 지켜줄게”

전은지 헬레나(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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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발행 [1648호]


탑골공원에서 출발한 노인들의 행진은 종로 거리로 이어졌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날씨에도 노인들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주름진 손에는 저마다 손주들의 이름을 적은 팻말을 꼭 쥐고 있었다. 팻말 아래엔 공통 구호가 적혀있었다. ‘할머니가 지구를 지켜줄게.’

지난 19일, 60세 이상 어르신으로 구성된 기후행동 모임 ‘60+ 기후행동’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날 이들은 기성세대를 대표해 “자신들이 기후위기를 만들었다”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과거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성장제일주의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성찰했고, 개발에 몰두하느라 생명을 함부로 대한 과오를 인정했다. 미래 자원을 빌려 쓴 결과 후손들의 희망이 사라졌다며 현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사과했다.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장년이 많아지고 있다. 독일의 한 할머니는 팟캐스트에서 나무 가꾸는 이야기를 전하고, 영국 노인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미국에서는 친환경 실천에 앞장서는 노인들을 ‘그레이 그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판 그레이 그린인 ‘60+ 기후행동’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9월 ‘60+ 기후행동 준비모임’이 출범하자마자 각계 중장년 70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천주교에서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회 수녀회가 먼저 나섰다.

이제 ‘60+ 기후행동’은 활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탄소 배출 감소와 탈석탄 전환을 정부와 기업에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탄소 소비 줄이기 등 작은 실천은 물론,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산업현장을 보살피는 일에 나서기로 했다.

“시간 많은 우리가 앞장서야죠.” 무기력한 노인들을 상징하던 탑골공원에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성세대에겐 변화를, 지구엔 새 숨결을 알리는 신호였다.

용기 있게 나선 어르신들을 보며 박수만 칠순 없다. 지구를 위한 녹색 발걸음은 모든 세대의 용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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