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부르면 하느님 사랑이 충전돼요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부르면 하느님 사랑이 충전돼요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12) 아나운서 황정민 아녜스

Home > 기획특집 >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022.02.20 발행 [1650호]
▲ 황정민 아나운서는 힘들 때면 하느님께 솔직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고백한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은 늘 모자라고 부끄러운 존재지만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황정민(아녜스) 아나운서는 1990년 말과 2000년대 초 황수경·황현정 아나운서와 함께 KBS 아나운서 트로이카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황정민은 1998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아침 방송 KBS 쿨FM ‘황정민의 FM 대행진’을 진행했다. 사실 아침 생방송을 20년 넘게 한다는 것은 대단한 성실성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녀에 관한 인상적인 장면이 기억난다. 2009년 봄 정진석 추기경 서임 축하 공연을 한 단체에서 준비했고 황정민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진행을 위해서 기초적으로 꼭 있어야 할 대본이 준비가 안 되었고 그녀가 현장에 도착해 받은 것은 공연 팸플릿이 유일했다. 그녀는 내가 급하게 옆에 앉아 몇 마디 하는 조언을 출연자가 노래하는 중간에 쪽지 대본으로 만들어 물 흐르듯 진행했다. 오히려 내가 너무 긴장해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때 ‘이런 게 바로 전문가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그녀는 통통 튀고 깍쟁이 같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털털하고 의외로 낯도 많이 가린다. 특히 그녀는 효녀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고도 아침 방송으로 오후에 일찍 퇴근하면 바로 몸이 아프신 부모님 집으로 가서 매일같이 빨래며 청소 등 집안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오랫동안 계속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성당에 다니게 된 동기도 궁금하네요.


벌써 20년째 KBS에서 무탈하게 근무하고 있어요.(웃음) 두 아이를 키우고 지금은 KBS COOL FM 오후 2시의 ‘황정민의 뮤직쇼’를 진행하고 있고요. 우리 집은 모태신앙이어서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녔어요, 어릴 때는 주일학교에서 친구 만나서 노는 재미로 성당에 다녔는데 힘든 일이 생기면 기도부터 나오니까 어린 시절의 신앙생활이 어른이 되어서도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 황정민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대학교 때 학교 신문사에 들어가 기자로 활동했어요. 수습을 거쳐 기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었지만, 공부 외에 다른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제게는 특별한 수련 과정이었어요. 그때 소통하는 법과 나의 의견을 무리 없이 잘 전달하는 방법 등을 공부했던 것 같아요.



▶아나운서가 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당시에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했거든요. 운이 좋았죠. 하지만 처음 아나운서가 되어 맡은 7시 뉴스에서 석 달 만에 하차하는 일이 생겼어요. 그때 동기인 황현정·황수경 아나운서는 시쳇말로 쭉쭉 잘나가고 있는데 저는 자리를 잡지 못해서 아나운서가 내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때 유학도 준비하고 방황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처음에 아나운서가 되었을 때 아나운서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싶다고 기도했던 초심을 깨닫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 이후 다행히 기회가 주어졌고 성실히 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일하고 있네요. 모두 다 하느님의 은총이라 생각하고 감사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 ‘10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쓴 편지를 아나운서가 된 이후에 받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편지에 부모님께 “제가 하는 뉴스와 프로그램을 보고 계시죠?”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 황정민 아나운서와 허영엽 신부.



▶황 아나운서에게 방송하는 시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고 저답다고 느끼는 시간이 방송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많은 분이 그 시간을 함께하며 공감과 위로와 재미를 찾아가는 것을 느껴요. 함께 소통하고 좋은 음악을 듣고 많이 배우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느낌이 특히 좋아요.



▶요즘에 아이들을 키우면서 특히 체험한 것은?

하느님께서 아이들에게 원하시는 게 있는데, 내가 너무 세상의 잣대에 맞춰서 아이들을 키우는 건 아닌가 늘 고민이 돼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에 성당 유치원에 꼭 들어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당시 주변에서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가 영어는 잘할지 몰라도 가위바위보 하기 전에도 갑자기 성호를 긋는 것을 보면 참 마음이 흡족해요.



▶진로를 고민하는 요즘 젊은 청년들, 인생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저의 큰 자산은 고전 읽기와 여행이라 생각해요. 코로나 시국에 여행은 어렵겠지만 고전 읽기는 해볼 만한 일이에요. 요즘에는 유튜브나 볼거리들이 넘쳐나서 다들 책을 많이 안 읽지만 보다 보면 잘못된 것도 있고 검증이 필요한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몇백 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에게 검증받은 고전이 현재에도 시공을 초월한 지혜나 감동을 주는 가성비 좋은 텍스트가 아닐까 생각해요. 청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고 싶어요.



▶평소 기도는 자주 하세요?


신부님이 결혼식 후 저에게 식사 전 기도는 꼭 하라고 하셨잖아요. 그전엔 밖에서나 회사에서는 잘 안 했거든요. 티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왜 신부님이 밖에서 식사 전 성호를 꼭 긋게 하신 건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저는 기도는 잘 못하지만 제일 힘들었던 고비들이 있을 때마다 그냥 세 번 하느님을 불러요.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너무 힘들고 지쳐서 한마디도 나오지 않을 때 아기가 엄마, 엄마하고 부르는 것처럼 저도 하느님을 되뇌게 됩니다. 부끄럽지만 제 기도는 기복신앙(?)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간간이 이야기하듯 하느님께 솔직하고 정확하게 제 감정에 대해 고백해요.



▶황정민 아녜스에게 신앙이란?


신앙은 저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자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에요. 만약 ‘나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하고 생각조차 할 수도 없어요, 저는 하느님 앞에서는 늘 모자라고 부끄럽지만, 하느님을 생각하면 그 사랑으로 다시 충전된다고나 할까, 그래요.





황정민 아나운서에게 미래의 꿈을 묻자 대뜸 상담과 관련된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방송에서 대화하면서 의외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남들과 비교하느라 허비하는 감정과 시간을 줄이고 자신에게 집중해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함께 배워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런 날들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