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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50)피그

소중한 돼지를 찾아 나선 노인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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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0 발행 [1650호]



신인 감독의 선한 시선과 노련한 배우(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가 얽혀 몰입시킨다. 영화는 4개의 세트로 펼쳐지고 제목이 관련된 음식재료로 표현되어 꽤 정답다.

한 노인이 숲 속에서 트러플 돼지와 살고 있다. 둘이 숲 속을 노닐며 트러플(송로버섯)을 찾는다. 저녁이면 음식을 해서 함께 먹고 한 공간에서 잠을 잔다. 돼지의 경쾌한 꿀꿀 소리 이외에는 고요하고 평온하다. 찾아오는 이라고는 트러플을 가져가는 푸드 바이어 ‘아미르’ 뿐이다.

어느 날 밤, 낯선 이들이 쳐들어와 노인을 때리고, 돼지를 가져간다. 노인은 소중한 돼지를 찾기 위해 포틀랜드 시내로 들어간다. 돼지의 행방을 찾는 여정을 통해 노인의 이름이 드러난다. 로빈 펠드. 그는 시내 유명 레스토랑의 최고 쉐프로 15년 전 어떤 사연인지 모든 것을 두고 떠났다.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그는 자신이 요리한 모든 음식과 그 음식을 먹은 손님들을 기억한다. 그의 음식을 먹은 이들은 행복했고 그들 역시 그와 그의 음식을 잊지 못한다. 진짜는 이런 것이 아닐까. 서로가 거기에 있다.

돼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단순했다. 바로 최고 트러플을 쓰는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여정에서 두 부류의 사람이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하며 소박하나 진짜로 사는 사람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명성에 편승해 가짜로 사는 사람이다.

가짜 인생을 사는 이는 자신을 잃어가며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지만 실상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가짜로 산다는 것은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에 잊힐 수밖에, 아니 각인되지도 않는단다. 예약해서 최고인 줄 알고 먹고 있지만, 최고를 먹는 것이 아닌 그저 이름을 먹는 것으로 가짜 쉐프에 가짜 손님이다. 로빈은 친절하게 단 몇 마디로 그들을 직면시킨다. 그들이 그의 직언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듣고 있는 나는 깜짝 놀랐다.

로빈 펠트라는 이름 앞에서는 많은 문이 열린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그리워한다. 유추하건대 그는 사랑하는 부인을 잃은 슬픔에 더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없음을 알고 그 자리를 떠난 것 같다.

“진정으로 소중한 건 쉽게 얻을 수 없어.”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돼지를 찾아다니는 로빈에게 아미르는 돼지를 다시 사라고 권유하지만, 노인은 어떤 돼지도 그 돼지를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아미르는 최고의 품질을 발견하는 트러플 돼지의 능력을 생각하지만, 노인은 돼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짜로 자신의 감정과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노인은 왜곡됐는지도 모르고 세상이 일러주는 대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툭툭 진짜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일깨운다. 긴장이 담긴 꽤 멋진 영화이다.

2월 23일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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