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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준의 병적 징후] 무기 수출이 자랑할 일인가?

[정형준의 병적 징후] 무기 수출이 자랑할 일인가?

정형준 토마스 아퀴나스(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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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7 발행 [1651호]


정부가 얼마 전 이집트와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광고했다. 자주포로서 최대 규모의 수출을 기록했다고 자화자찬했을뿐더러, 방위산업체인 한화디펜스와 방위사업청 외에도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출입은행이 유기적인 협력을 해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한국은 수출을 중심에 두는 제조업 국가로서 수출성과를 핵심 경제성과로 간주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수출품목의 성격과 상관없이 많이 팔기만 하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마약류나 사행산업류 관련 상품을 많이 수출하는 게 자랑일 나라는 없다.

무기거래는 윤리적으로 볼 때 ‘더러운 거래’로 간주된다. 무기는 전쟁과 살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무장력은 필요악이다. 스스로 무기를 만들 수 없는 약소국들에 자위권을 위한 무기를 공급했다는 변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이 무기를 팔고 있는 나라들이 그런 약소국들인지는 모르겠다.

여기에 대체로 큰 무기거래는 지정학적 갈등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번에 2조 원을 판매했다는 이집트, 4조 원대 계약을 했다는 아랍에미레이트는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중동에 있다. 1조 원대 수출하는 호주도 최근 중국포위전략에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간주된다. 무기판매로 얻는 경제적 이익과 별개로 판매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더구나 이번 판매는 대통령, 외교부, 수출입은행까지 동원된 거래다. 개별 무기산업체가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과 달리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나서서 금융대출까지 끼워 판매를 성사시켰다. 전 세계 각종 전쟁의 배후로 지목되는 미국식 군산복합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최소한 대통령이 나서서 판매해야 할 상품에 무기가 있다는 게 한국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놀랍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자주국방’ 이념과 보수파에 대항하는 애국주의 때문에 계속 조장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정부일수록 보수 우파의 공격을 의식해 국방비를 늘리고, 무기를 수출하고 최신무기를 개발하는 일을 더 광고한다. 이미 한국의 국방비는 주변 국가들의 비율을 훨씬 넘어서는 국민총생산의 2.8%다. 중국 1.7%나 일본 1%와 비교해 절대액은 적을 수 있겠지만, 비율로는 매우 높다. 총액으로도 북한의 국내총생산 1.5배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반도에서 한국에 축적된 국방자원은 남북 비교는 무의미하고, 동북아 주요 국가들과 견주어도 한국은 긴장의 한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비대칭무기인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중국도 무장을 강화하고, 일본도 우파들이 재무장을 주장한다. 동북아는 여기에 미국의 중국포위전략과 이 때문에 발생하는 대만독립문제 등으로 전 세계의 화약고로 변신하고 있다. 국방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긴장만 고조되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행정부까지 나서 해외에 무기수출을 독려하는 건 현 정부가 추구했던 한반도 평화전략과 근본적으로 모순된다. 한국이 최소한 자기방어를 위한 국방력을 유지하고 해외에 무기수출을 기획하지 않는 평화지향국가로써 자리매김해야 ‘한반도 평화구축’이라는 언사에 진정성이라도 느껴지지 않겠는가?

끝으로 전쟁무기 판매는 장부에 실적으로 남겨놓는 예의까지 무시하고 주요 언론과 정치권에서 칭찬하는 사회 분위기는 세계 평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공감능력까지 떨어뜨린다. 국방예산을 줄여 사회복지와 기후변화대응에 써야 한다는 주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무기수출 조장은 멈춰야 국제적으로 평화국가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평화지향과 무기수출의 모순을 느낄 수 없는 나라가 되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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