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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서 있는 자리를 바꾸어보면

[사도직현장에서] 서 있는 자리를 바꾸어보면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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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발행 [1652호]
▲ 홍성실 수녀



소냐의집 사도직을 시작하며 참석한 첫 재판은 화재사고로 인한 건물주의 형사재판이었습니다. 천호동 423번지와 천호동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곳이 성매매 집결지라는 것을 그 동네 주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건물주는 자신의 건물에서 임차인이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줄 몰랐다고 발뺌했습니다. 그 순간 너무도 기가 막힌 저는 제 안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정의감에 법원에 제출할 의견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단톡방을 통해 의견서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였습니다. 한 상담소에서 회신이 들어왔습니다. 천호동 423번지에 대해 “택시기사가 손님을 모실 수 있는 성매매업소 집결지입니다”라고 한 부분에서 ‘손님을 모신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천호동 423번지 일대는 성매수자가 성매매를 하기 위해 성매매업소 소개를 요청하면 택시기사가 알아서 이곳으로 안내할 만큼 널리 알려진 성매매 집결지입니다. 제가 의견서를 작성하며 구매남을 너무도 정중하게 ‘손님’으로 적은 것이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그녀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찾아주는 작업이라면 저 또한 철저하게 그들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낱말조차도 성착취를 당하는 그녀들의 삶의 입장이 기준이어야 했습니다.

성매매는 구매자와 알선자의 거래입니다. 성매매를 여성 개인의 선택이라고, 자유로운 거래의 하나라고 포장하여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여성은 상품일 뿐입니다. 성매매에 대한 통념 속에서 판단을 멈추고 서 있는 자리를 바꾸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집니다.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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