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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수녀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

[사도직현장에서] 수녀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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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3 발행 [1653호]
▲ 홍성실 수녀



소냐의 집은 맥ㆍ양주집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방문하며 상담소를 홍보하고 성매매 피해 관련 법률지식 등의 정보제공을 하면서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유도합니다. 이 현장 상담을 나갈 때면 수도복을 입은 제가 아무래도 사람들 눈에 잘 띄게 됩니다. 한 번은 상담원들과 함께 현장실태조사 중에 들어선 마사지 업소에서 카운터에 앉아있던 여성이 좀 어눌한 발음으로 저를 가리키며 “신(神)이 안 맞아!” 라고 소리칩니다. “아이쿠!” 하며 그 여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저만 뒤로 물러나야 했습니다.

다른 마사지 업소에서는 업주가 “우리는 태국여성들뿐이다. 모두 절에 간다” 하고는 쌩하니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뒤통수에 대고 “성당 가자고 온 거 아니”라고 외친들…. 그들은 더 이상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수녀가 천주교인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보통 마사지 업소는 건전업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이를 통해 성매매가 이루어집니다. 손님의 행색도 아닌 상담원과 함께 수녀가 문에 서 있으면 내부에서는 CCTV 화면을 통해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곳에서는 벨을 누르니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를 보고 놀라 “수녀님이 왜?” 라고 묻던 그 업주의 커다란 눈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도대체 이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에 수녀를 보고 이토록 놀라는 것인지.

언젠가는 노래방 도우미 여성들의 대기 사무실과 노래주점들이 자리하고 있는 건물에 갔을 때 저희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던 두 남성이 속삭입니다. “수녀님이 왜 여기에?” 궁금했던지 계단 아래서 얼굴만 내밀고는 제게 묻습니다. “수녀님이 왜 거기서 나오느냐고요.”

처음에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양방향으로 즐비한 맥ㆍ양주집을 들고나며 현장을 다닐 때 버스에 탄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느껴졌었습니다. 게다가 홍보 물품을 한 보따리씩 메고 있으니 영락없이 수상한 외판원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동요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업소에서 누군가 제게 소금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며 주님의 동행을 청하면서 매주 수요일마다 변두리의 성매매 여성들을 찾아 나섭니다.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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