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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모든 걸 잃어도 감사를 말하는 믿음

[현장 돋보기] 모든 걸 잃어도 감사를 말하는 믿음

박수정 가타리나(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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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7 발행 [1655호]


재난 현장 취재에선 아무래도 말을 아끼게 된다. 모든 걸 잃은 이들 앞에선 그 어떤 위로도 섣부르기에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려면 어쩔 수 없다. ‘그날의 악몽’을 묻고 녹음기를 갖다 대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한다.

역대 최장 기간, 최대 피해로 기록된 경북 울진 화재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까맣게 타 버린 일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삶의 터전을 앞에 두고 어렵게 물었고, 어렵게 들었다. 잊고 싶은 기억을 꺼내느라 애써 추스른 마음을 또다시 무너져 내리게 한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다.

피해를 입은 이들은 허망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자신들에게 일어난 건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한숨과 함께 고통의 언어가 한참을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사”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감사요?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20년 가까이 일궈온 일터를 잃은 부부는 “그래도 이만해서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한 신자는 집은 모두 타버렸지만 온 가족이 목숨을 걸고 자식과도 같은 소 100여 마리를 지켜냈다며 “하느님 은총 덕분”이라고 했다.

만난 이들 모두 “신앙이 있어 버틴다”고 했다. 참담한 화재 현장은 이내 신앙 고백의 장이 됐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말일 터다. 고통 가운데서 감사를 찾고, 절망 속에서도 은총을 발견하는 이들을 통해서 믿음이 무엇인지를 곱씹게 된다. 주불이 잡히고 화재가 진화된 이후 피해자들의 소식이 뉴스에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피해 복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모든 걸 잃어도 감사와 은총을 말하는 이들이 더욱 굳건한 믿음으로 찬미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놓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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