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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56)폭격

아군의 폭격 실수로 무너져버린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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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발행 [1656호]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루카 21,23)

덴마크 영화 ‘폭격’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5년 3월 연합군이 덴마크 쾨벤하운(코펜하겐)의 게슈타포 본부 셸후스 건물을 폭격한 카트타고 작전을 다룬다. 저공비행으로 접근해 육안으로 목표를 식별해 폭격하는 과정에서 피어오른 연기로 인해 실수로 게슈타포 건물이 아닌 성요셉 수녀원 병설 학교 건물에 폭격을 가하게 된다.

사실 당시 덴마크의 상황은 한마디로 전세가 불리했다. 독일군에 대항하던 레지스탕스는 거의 잡혀서 그 자리에서 죽거나 감옥에 갇혀 심한 고문을 당하고 있었고, 독일군의 기세를 꺾기 위해 게슈타포 건물을 폭격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목표가 된 건물이 민간인이 많이 사는 도시 한가운데 있고 다른 건물과 구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엉뚱한 건물에 폭탄이 떨어지고, 이 실수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당시 학교에 있었던 수녀들과 교사들, 학생들이 1차 폭격 후 지하 대피소로 피했다가 2차 폭격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 영화는 사건 직전에 피해자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영화 첫 장면에서 전투기의 택시 오인 사격을 목격한 소년 헨리는 큰 충격에 말을 못 하게 되고, 전투기에 대한 공포에 하늘이 보이는 넓은 장소를 걷지 못한다. 테레사 수녀는 끔찍한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하느님의 부재에 의문을 가진다. 편태(때릴 때에 쓰는 가는 나뭇가지)로 자신을 가학하고, 하늘을 향해 욕설해보지만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한다. 경찰 프레데릭은 우연히 테레사 수녀를 만났다가 레지스탕스를 잡는 일에 회의를 느껴 도망을 치는데, 학교 건물이 폭격에 무너지는 것을 보자 아이들을 구하러 뛰어든다.

전쟁으로 이미 충분히 고통을 받고 있던 많은 이들이 적군이 아닌 아군의 실수로 억울하게 죽게 된 것이다. 엔딩 크레딧 직전 당시 사망한 수도자들과 교사들, 학생들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름에서 지금도 그 상처를 잊지 못하는 가족과 주민의 슬픔이 묻어져 나온다.

신앙인은 어떠한 형태의 침략이나 무력의 사용을 반대해야 한다. 무력을 사용하는 순간 그것은 적군과 아군,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고,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가져온다.

인류는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폭력의 밑바닥을 충분히 보았다. 잘못된 과거를 뼈아프게 반성하면서 신뢰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지 못하다면, 우리는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반복음적인 혐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주님의 평화가 우리 안에 자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하자.

넷플릭스 공개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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