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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정우의 인연의 향기] 여성의 힘에 기대는 날을 기다리며

[길정우의 인연의 향기] 여성의 힘에 기대는 날을 기다리며

길정우 베드로(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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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발행 [1656호]


한 달 남짓 지나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는데 가슴 설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혹시나’가 ‘역시나’로 흘러가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체험했다.

어떤 원로교수가 말했다. 지도자 잘 만난 덕을 보았다기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슬기로워 우리가 이만큼 먹고살게 되었다고. 2년 넘게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누구 말마따나 과학방역 아닌 정치방역을 했다손 치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버텨온 우리 국민이다. 마스크 착용이나 방역패스를 거부하거나 반대 시위 없이 국민들은 공권력에 순응했다.

그러나 우리 자식들의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들에 대해선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들 중 하나가 젠더 갈등이다. 단순히 남녀불평등 문제가 아니다. 지도자들의 철학이 걸린 문제다. 선거 앞두고 ‘이대남’ 운운하며 편 갈라 표 모으기에 나섰다면 자격이 한참 모자란 지도자다. 이런 발상의 연장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가 불거졌다면 그건 구제불능 수준이다. 애초 여성부에 부여한 역할을 다했기에 부처를 폐지하겠다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처사다. 여성부를 만들어 놓고도 여성문제, 가족과 청소년 문제들을 얼마나 열과 성의를 다해 살피고 문제 해결에 나라가 나섰는지 돌아보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저출산 문제 역시 여성이 관련된 사안이다. 교육·부동산 문제도 우리의 잘난, 극성스런 여성들을 빼놓고는 얘기가 힘들고 해결책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여성문제를 생각할 때 안 쓰던 머리 굴려보라고 몇 가지 색다른 경우를 소개한다.

2015년 말 43세의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수상이 집권하고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당선 직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뤼도를 나는 현장에서 만났다. 여성 절반 내각이 정치적 제스처이자 무리수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태연하게 답했다. 자신은 캐나다 여성들의 역량을 신뢰했고 그래서 망설임 없이 능력 있는 여성으로 내각을 구성했노라고. 본심이야 어떻든 이런 게 지도자의 철학이 담긴 발언이다.

아내와 나는 2014년에 미국의 두 경영학 교수들이 쓴 ‘아테나 독트린’이란 책을 함께 번역한 적이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여성적 가치의 부활’이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정치지도자, 세계적 기업가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엮은 책이다. 결론은 기업이든 정부든 지도자가 여성적 가치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또 이를 십분 활용한 경우가 성공적 결과를 수반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분석이지만 세계 대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포츈지가 평가한 조사에선 기업의 이사진들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들이 생산성도 높고 조직적인 부패가 현저하게 적다는 결론이었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이자 경영컨설팅 회사인 골드만 삭스의 일본 지사에서 20년 전 시작한 소위 위미노믹스(Womenomics) 논의 역시 흥미롭다. ‘여성은 일본의 숨겨진 잠재력’이라는 데 천착했다.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잠재력 발휘가 조직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가를 경험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논의다. 분석 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 가운데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가장 낮다고 하는 일본에서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놀랐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일본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익과 역할이 빠르게 신장하고 있다. 이처럼 소극적인 남녀평등 논란을 넘어서 여성들의 역량을 어떻게 사회발전과 진화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라는 적극적 관점에서 여성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장 보수적인 조직으로 알려진 바티칸도 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다르긴 하지만 소위 내각의 차관직에 여성을 임명하고 주교들의 시노드에 수녀를 참여시킨 결정이 놀랍다. 여성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인식이라기보다 세상의 변화에 따르며 변혁의 필요성을 엄중하게 자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새 정부는 세상의 변화를 거슬러 가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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