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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해맑고 낙천적인 이웃들

[사도직현장에서] 해맑고 낙천적인 이웃들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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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0 발행 [1657호]
▲ 이문숙 수녀



면형공동체는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빈민촌에서 4~6살(미취학 아동)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몬테소리교육을 하고 있다. Angel반(20명)은 오전 9시에서 10시 30분까지, Gabriel반(20명)은 오전 10시 30분에서 12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며, 수업 후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여 집으로 보낸다. 1~2월에는 동물원이나 박물관에 가거나 놀이공원으로 야유회도 간다. 애들이 생활 체험을 통해서 직접보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 동네는 필리핀에서 가장 낙후된 도시빈민촌에서도 가난한 지역이다. 하루 한 끼를 겨우 먹고 살고 있다. 초창기 이곳에 온 수녀님들은 아이들에게 점심 한 끼라도 영양가 있게 잘 먹여보자는 뜻에서 빈민촌에 정착했고 급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자리매김한 지 올해로 13년째 되어가고 있다. 가정방문 때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방에서 6~10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1960년~70년대 모습을 보는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쓰는 사람도 불평하는 이도 눈에 띄질 않는다. 가족도 많고 이웃도 많다 보니 생일맞이도 자주 돌아온다. 하루는 앞집에서 하루는 옆집에서 하루는 뒷집에서 번갈아가며 생일 축하 자리가 열린다. 노래방 기계에서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음악이 흐르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면 귀를 막게 된다. 음악 소리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귀를 틀어막고 듣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이 소음 속에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주님께 투정부려 보기도 한다. 그러다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들리면 어느새 음악에 맞춰서 흥얼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혼자서 웃곤 한다.

이웃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너무나도 해맑은 모습으로 살고 있어서 어느 땐 그들의 낙천적인 성격이 부러울 때도 있다. 이렇게 이웃과 함께 13년째 자리매김하며 살고 있다.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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