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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스페인에서 함께한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독자마당] 스페인에서 함께한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고정실 에스텔라(스페인 코르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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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7 발행 [1658호]



나는 지금의 스페인 신랑을 까미노 순례 중에 만났고 우리는 결혼해서 스페인 남쪽 코르도바에서 살고 있다. 주님이 이어주신 이 인연은 부부로서 신앙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라고 마련된 것이 분명하다. 혼자라면 외롭고 게으름을 피웠을 기도와 신앙 활동을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며 함께 하고 있다. 그 동반의 일환으로 지난 대림과 이번 사순 시기에 우리 부부는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에 동참했다.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이 기도 캠페인은 스페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에선 19개 도시에서 2500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기도와 단식 등으로 협력하고 있다. 내가 사는 코르도바에서는 40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2명 이상이 모여 낙태수술을 많이 하는 클리닉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친다. 스페인에선 현재 200여 개의 낙태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고 매년 10만 명이 낙태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에 참여하게 된 건 신랑의 권유 덕분이었다. 게다가 올해 초, 우연히 낙태 클리닉 앞에서 본 젊은 커플때문에 ‘생명을 위한 기도’를 더욱 간절히 하게 됐다. 어떤 사연인지 알 수 없으나 남자는 엉엉 울며 애원하다가 급기야 무릎을 꿇고 간절히 손을 모아 빌기까지 했다. 반면에 여자는 종이 한 장을 손에 꼭 쥐고 팔짱을 낀 채 그의 애원을 모른 척하다가 남자의 눈물을 닦아 주곤 했다. 그러나 여자의 태도는 단호해 보였다.

그때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제발 낙태와는 상관없는 일이기를. 하지만 낙태와 관련됐다면, 생명을 꼭 구해 주시고 저 여인이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시기를. 그저 연인간 다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태아와 낙태를 고민하고 결심한 여인들, 그 가정을 위해 절실히 기도한 순간이었다.

멀리 떨어진 내 고국이지만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기도하고 있음에 기운을 얻게 되고 스페인에서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을 이 복음 말씀과 함께 나누고 싶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태 18,19-20)



※독자마당 원고를 기다립니다. 원고지 5매 분량입니다.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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