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사도직현장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도직현장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Home > 사목영성 > 사도직 현장에서
2022.04.24 발행 [1659호]
▲ 이문숙 수녀



1월 초 방학기간 때 천안에 있는 복자여고생 20여 명과 담당 교사, 수녀가 선교 체험하러 왔을 때 잊지 못할 일이 있었기에 나누고 싶다. 복자여고생들이 필리핀 면형공동체에 선교 체험을 하러 온 것은 9년째였다.

어느 해에 선교 체험하러 왔던 여고생들과 우리 동네 아이들이 어우러져서 숨바꼭질을 했다. 복자여고생 중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면 아이들은 들키지 않기 위해 숨을 만한 곳을 찾아서 꼭꼭 숨느냐고 동네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느 아이는 숨어 있는 곳에서 킥킥 웃느라 결국 술래에게 들켜 무척 아쉬워하면서도 신나했다.

복자여고생들은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너무나 가난하게 사는 모습에 가슴 아파했다. 아이들이 불쌍하다며 울기도 했고, 부모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부모님 속을 썩인 날들을 반성하기도 했다. 여고생들은 머무는 기간 내내 아이들과 같이 어우러져 놀면서 한국문화를 남겨줬다.

선교체험 기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송별식 때에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다. 복자여고생들은 한국문화를 알리고자 준비해온 부채춤과 유명한 아이돌의 춤 등을 선보였고, 우리 아이들도 필리핀의 문화를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언어는 달라도 주님 안에 하나가 되어갔다. 송별식을 마치고 깊은 정이 들어서 서로 헤어지기 섭섭해서 눈물을 쏟으며 아쉬워했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모두 떠나고 난 며칠 뒤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이 동네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와 메아리를 치는 소리를 들었다. 며칠간이었지만, 한국문화를 확실히 전해주고 갔다는 걸 소름 돋을 정도로 전율을 찌리리 느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마다 선교체험을 하러 다녀갔던 복자여고생들과 담당교사분들, 담당 수녀님들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전해본다.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