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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유 없다’는 환자들에게 생명력 심어주는 일, 기도하며 헌신

‘살 이유 없다’는 환자들에게 생명력 심어주는 일, 기도하며 헌신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 (19) 전문의 윤제연(크리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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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1 발행 [1660호]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제연씨는 바쁜 일정에도 신앙생활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윤제연(크리스티나)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그녀는 일주일 내내 서울대병원에서 바쁘게 지낸다. 주일날 오전 늦게까지라도 잠을 푹 자며 쉬고 싶은 유혹이 많을 텐데 매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명동대성당으로 향한다. 명동대성당의 9시 영어 미사에서 봉사자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봉사를 시작한 이래 아주 중요하고 다급한 일이 아니면 빠진 적이 없다. 그녀는 서울대병원 외래에서 스트레스 관련 장애 등 성인 정신질환 진료를 맡고 있고, 병원 내 공공진료센터 일마음 건강클리닉에서는 직원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건학생지원센터에서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치의학 대학원. 간호대학 재학생 및 대학원생들의 정신건강증진 및 생활 만족도 향상을 위해서도 일한다. 늘 시간에 쫓기는 바쁜 일정이라 업무가 끝나도 개인 연구나 낮에 하던 일들을 마무리하다 보면 식사는커녕 잠시 쉬는 시간도 내기 힘들다고 한다.


▲ 윤제연 전문의가 강의하고 있는 모습.




▶어릴 때부터 의사를 꿈꾸었나요?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왜 그런지 사람들과 이 세상에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데요. 특히 의사 선생님들은 사람의 건강을 돌보고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정신건강의학을 선택하게 된 것도 자신과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정신 과정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이 부분을 더 구체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 뇌과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으로 택했어요.



▶의사로서 보람찬 일들이 많죠?


환자분들의 증상이 호전됨으로써 삶의 주관적 고통을 감소시켜 주는 것이겠죠. 그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삶을 살도록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과 원의를 되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진료 과정에서 환자분들의 건강이 호전되면 마음이 무척 기뻐요. 환자분들이 ‘나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왜 내가 계속 살아야 하지?’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현재 자기 삶의 시간에 더 충실히 집중’하면서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작업을 환자분과 함께 진행하면서 결과가 좋을 때는 정말 큰 보람을 느끼게 돼요.



▶훌륭한 의사선생님인데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을 텐데요?

사실 스트레스가 생기는 경우도 많지요. 어떨 땐 위협을 느낄 때도 있고요. 모든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고,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 갖가지 준비도 하지만 사실 예측하거나 미리 준비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아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회피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해소할 수 없는 스트레스도 있어요. 그럴 땐 일부러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특히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운동과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진로를 고민하는 요즘 젊은 청년들, 인생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사회가 점점 빨리 변화되고 그 변화의 방향도 예측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세상일도 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면서도 미래의 진로 개척은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속되는 우리 모두에게 진행형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계속 그렇게 경험을 쌓고 공부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도 삶의 과정에서 중요하고요. 한 걸음씩 이러한 단계에 힘쓰다 보면 새로운 길과 정보들을 바탕으로 근거리의 경로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이 과정의 반복이 아닐까요? 물론 성공보다는 실패와 좌절도 당연히 더 많이 하지요. 그래서 당연히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어 불안하기도 하고 코앞에 닥친 문제들을 헤쳐나가면서도 또 새로운 문제들과 계속 마주쳐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본질적으로 쉽게 극복할 순 없겠지만 저는 이러한 모든 시간이 모두 헛되지 않고 어떠한 배움(training)의 과정이 될 수 있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떠밀려 가지 않고 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이나 미래의 꿈은 무엇인가요?

큰 꿈보다는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좀 더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잘 수행하고 싶어요. 임상의사로서 사람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진료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정신기능과 정신병리의 기전을 규명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방안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임상에 적용하는 작업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저를 단련시키며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지요. 그리고 어떤 봉사든 또한 부족한 제가 쓰임이 있다면 성실히 참여하려고 생각해요.



▶가장 즐기는 기도는 무엇인가요?

외래 진료를 시작하면서 환자분을 만나기 전 성호경을 긋고 잠깐 기도해요. 식사 기도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하고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묵주기도를 하는 것이 좋아요. 제 인생에 많은 하느님 체험을 안겨준 성서모임 공부와 봉사자분들과 지도신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현재도 성경 말씀을 일상에서 가까이하는 습관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가장 챙겨야 할 건강은 무엇인가요?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잘 관리해서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도록’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저 질환의 관리와 치료를 지속하고,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체력을 관리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를 유지하는 것이죠, 너무 간단하지만 사실 가장 어렵고 중요합니다.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기도나 봉사활동이 도움되나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 대신, 자신에게 익숙한 짧은 기도문으로 기도하면 마음의 평정심 유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체력이 가능하다면 일상의 다른 활동들과 균형을 이루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자기효능감의 향상,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감 유지에 도움이 되기에 당연히 정신건강에 좋아요.



윤제연(크리스티나)씨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란 일정 속에서도 봉사를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고 열심히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자신의 전공에 대한 강의 봉사도 하지만 갑자기 봉사자가 필요해 때로는 출석 체크나 수강생 안내 등의 봉사를 부탁해도 한걸음에 달려온다. 때로는 봉사를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는 종류나 내용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늘 보기 좋다. 환자를 만나기 전 성호를 긋고 잠시 기도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진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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