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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나의 첫 여름 성경학교(홍진호, 제노, 첼리스트)

[신앙단상] 나의 첫 여름 성경학교(홍진호, 제노,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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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1 발행 [1660호]



어린 시절, 친척 형들과 노는 게 마냥 좋았던 저는 할머니가 열심히 다니셨던 교회와 친척 형들이 다니던 성당을 동시에 왕래하며 줏대 없는(?)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철없고 순수했던 어린아이의 감성에는 두 종교의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이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져서 미사와 예배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예뻐해 주셨던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목사님, 장로님, 호칭부터 체계 등이 많이 다른 두 곳에서 저는 무엇을 배우고 경험하였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떠한 의지와 힘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서툰 글솜씨지만 용기를 내어 글을 기고하게 됐습니다.

온 천지가 푸릇푸릇한 식물로 가득했던 작은 분교였습니다. 성당 주최의 여름 성경학교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날, 전날 밤부터 기대에 부풀어 잠을 설쳤지만, 피곤한 기색도 없이 야무지게 짐을 챙겨 도착한 곳에는 수녀님과 지도 선생님들께서 흐뭇한 미소로 친구들을 맞아 주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친척 형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녔는데, 조별 미션을 수행하면서 조원들과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거의 마지막 미션에 다다른 저희 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지쳐있었지만, 꼭 1등을 차지해야 한다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왼쪽 귀에서 뭔가 이상을 느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귓속에서 물이 파도를 치는 느낌이 나면서 나중에는 어지럼증까지 느꼈습니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알았던 사실이지만 중이염이었습니다. 아마도 쉬는 시간에 물장구를 치며 놀다가 그만 귀에 물이 들어갔던 것 같았습니다. 고통이 심해져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 처방을 위해 양호실로 옮겨졌고, 결국 저희 조는 저 때문에 미션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그 길로 병원으로 가 적당한 치료를 받고 나서야 같은 조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을 찾아가 미안했다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이야기를 해야지 결심하고 몇 주 뒤에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저를 환호로 맞아주며 커다란 도화지에 빨리 나아서 같이 놀자는 글과 함께 수료식 사진을 선물로 주는 바람에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어쩜 그렇게 맑고 순수했을까요. 무슨 큰일이라도 치른 것 마냥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는데, 친구들이 만들어준 그때의 그 장면은 저에게 꽤 중요한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로 인해 손해가 생긴다면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상대방의 안위보다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훨씬 더 클 것 같습니다.

신앙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어 가는 따듯한 마음씨,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토록 반짝이고 예쁜 기억이 저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음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하느님의 은혜인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뭉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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