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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정교분리, 종교 화합의 길

[서종빈 평화칼럼] 정교분리, 종교 화합의 길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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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1 발행 [1660호]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한다. 그런데 권력 교체기에 나타나는 수많은 사회갈등 논란 중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대선 기간에 불거진 ‘종교 편향’ 논란이다. 공권력과 일부 종교 단체가 방역 수칙 준수와 종교 활동의 자유를 놓고 양보 없이 맞섰다. 또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무속과 ‘도사 발언’이 공적인 영역에서 언급돼 논란이 됐다. 민간 신앙과 무속이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권력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와 걱정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다종교 국가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건국 이후 그 어떤 정권도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았고 서로를 교묘하게 이용해 왔다. 정치는 종교를 집단행동의 표밭으로 인식하고 종교는 정치를 교세 확장의 도구로 사용하곤 했다. 대가와 편향을 서로 주고받았고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는 허울에 불과했다.

‘종교 편향’ 논란은 대통령의 종교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의 종교가 무교(無敎)라고 할지라도 어느 종교와 인연이 더 많은지, 대통령의 가족과 부모의 종교까지 더듬으며 종교 색을 입힌다. 1980년 논란이 됐던 ‘국가조찬기도회’와 그해 불교계의 10·27 법난, 1994년 구설에 오른 ‘청와대 불상’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고 종교 활동을 하지 않은 대통령도 종교와의 갈등과 편향 논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동안 수많은 종교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종교 간 분쟁이 적었던 이유는 그나마 정치권력이 중재자로서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종교계의 부당한 요구와 주장은 단호히 거부하고 인권과 복지, 평화 등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서는 종교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와 종교의 한결같은 목적은 사회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공인된 모든 제도종교의 책무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서로의 영역에서 이뤄져야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 양쪽 모두 파국을 맞을 것이다. 서로 거리를 두고 평행하게 걸어야 한다. 권력의 은밀한 종교 편파적 당근책은 모든 종교가 형평성을 요구하며 거부하고 정의롭지 않은 부당한 국가 정책에 대해서는 모든 종교가 함께 쓴소리를 내며 단호히 맞서야 한다.

불안정한 정교분리와 종교 편향 논란은 상당 부분 종교계에 책임이 있다. 종교 간 갈등의 대부분은 이웃 종교의 교리와 용어, 상징물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오해에서 비롯된다. 단군상이나 성모상 훼손, 지난해 불교계가 정부에 제기한 ‘캐럴 활성화 캠페인’이 그렇다. 캐럴은 그리스도교적 기원을 가지지만 이미 종교색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장르가 되었다.

2000년 5월, 김수환 추기경이 독립운동가이며 유학자인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의 묘소를 찾아 술을 붓고 예를 올리자 언론이 ‘가톨릭과 유교의 아름다운 만남’으로 대서특필했다. 김 추기경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훌륭하게 살다 가신 분에게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분의 종교가 유교든 불교든, 참배를 유교식으로 하든 불교식으로 하든 그런 것들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자리에서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우리는 형제들입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걸어갑시다”라고 말했다.

5월 8일은 불기 2566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자 여러분께 평화의 인사를 드리며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존중하는 한국 불교와 한국 천주교의 아름다운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부처님과 예수님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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