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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길가에서 노는 아이들

[사도직현장에서] 길가에서 노는 아이들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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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8 발행 [1661호]
▲ 이문숙 수녀



수녀원 공동체가 있는 곳은 도시 빈민들이 사는 지역이다. 공동체 주변 5개의 거리를 중심으로 축구장 2개 넓이의 대지에 약 4만 가구, 4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열악한 상태의 집들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도시가 완전히 봉쇄됐을 때에는 경제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들의 심각한 영양 상태가 시급히 풀어야 할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다. 17세 미만은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외출 금지로 인해 대면 수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집에서 교과서도 없이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종교 활동 및 상가, 마트 출입이 제한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3차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차츰 봉쇄가 풀리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외출도 자유로워지고 사회도 안정되는 상태여서 감사하다.

올해 코로나가 시작된 지 3년째가 되었다. 코로나 확진이 차츰 줄어들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 집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졸업은 했지만, 3년째 학교 문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선생님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이 내준 과목의 과제들을 부모가 받아와서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안쓰럽다.

우리 동네에는 아이들이 놀 공간도 마땅치 않다. 아이들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가에서 서로 어울려 노는 것만으로도 웃고 떠들며 행복해한다. 집으로 돌아가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우리 동네는 비좁은 집에서 방 한 칸에 6명~7명 정도의 가족이 모여서 살고 있다.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월세를 내고 전기세, 수도세까지 내면서 살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서 하루 한 끼 정도 겨우 먹는 집들이 많다. 식구가 바글바글한 집에서 전기도 없어서 컴컴한 상태이니,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돼서 참 안타깝다.

요즘 기쁜 소식이 들린다. 초등부 아이들(초등 5~6학년) 중에서 백신 3차까지 접종을 마친 몇몇 아이들이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는 거다. 대면 수업을 하러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볼 때 너무나 반갑다. 비록 지금은 몇 명 안 되어 뜨문뜨문 보이지만, 차츰 학교 가는 아이들이 줄을 이을 날이 머잖아 오리라 희망해본다.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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