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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평화와 아름다움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평화와 아름다움

[영화의 향기 with CaFF] (161)나를 만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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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8 발행 [1661호]



태초에 하늘이 열리듯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강렬한 햇빛과 낙엽 밟는 자연의 소리로 펼쳐지는 영화 ‘나를 만나는 길’의 시작은 매우 고요하다.

이 영화는 틱낫한 스님이 1982년 프랑스 보르도 근교에 설립한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의 일상과 숲 속을 거닐며 자유롭게 명상하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새소리, 종소리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사하는 플럼 빌리지의 생활은 소리도 영상도 넘쳐나는 세상에서 순간을 멈추게 하는 고요함으로 강력하게 다가온다. “멈추어서 현재를 바라보라”는 틱낫한 스님의 메시지를 영상과 소리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이야기 전달을 위해 설정된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카메라에 담는데 영화 ‘나를 만나는 길’은 어떠한 꾸밈이나 과잉 장치를 배제한 채 절제된 소리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한 편의 영상 시와도 같은데 「젊은 틱낫한의 일기」에서 발췌한 내용을 차분하고 중후한 목소리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내레이션해 숲 속 선사에서 명상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mindfulness)’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수행으로 삶이 깊어지고 삶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기적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으로 물 위를 걷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고 지금 여기에서 자기에게 가능한 평화와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기적”이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고 불안정한 미래를 위해 항상 무언가에 쫓기며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성찰하게 하는 영성수련인 것이다.

침묵은 마음챙김을 위한 위대하고 성스러운 소리로 걷고 명상하는 영화 속 장면들을 극대화 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침묵을 깨고 울려 퍼지는 소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 이상의 역할을 해 소리를 만들고 디자인하는 폴리아티스트와 사운드 디자이너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미국에 있는 포교원으로 수행을 떠날 때마다 요양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찾는 틱낫한 스님의 제자는 2년 만의 아버지와의 만남에 집중하며 몸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숨 쉬는 방법을 가르친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순간에 감사하는 아버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스님이 된 딸 앞에서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반복한다. 가깝게 살고 시간이 있어도 현재가 선물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함께 있어도 각자의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 다른 가족을 보며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틱낫한 스님의 나를 만나는 길은 불교적 가르침이라기보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보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듯하다. 우리의 마음에 위로와 평화를 주는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영화관에서의 관람을 추천해 드린다. 틱낫한 스님의 근엄하면서도 환한 미소, 절제된 동작에서 보여주는 에너지는 힐링이 되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한다.

올해 1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가신 이 시대의 스승, 틱낫한 스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드린다. 5월 12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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