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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샛노란 흔들림

장현민 시몬(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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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8 발행 [1661호]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민영규 시인의 시 ‘떨리는 지남철’의 일부분이다. 고(故) 신영복 선생은 책 「담론」에서 시에서 묘사한 지남철의 모습을 ‘지식인의 참된 자세’이자 ‘올바른 집단 지성’이라고 정의했다. 지남철은 바늘이 흔들려야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흔들림을 부정하게 보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주로 “이제는 그만하자”는 식의 목소리다. 흔들림을 부정하는 주요 근거는 ‘시간’이다. 특히 지난달은 이런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는 달이었다. 4월 3일, 4월 16일을 앞두고 “할 만큼 했다”, “아직도 그 이야기인가”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줬다고 믿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특정 순간에 시간이 멈춰 있기도 한다. 과학적 정의와는 다르지만 ‘시간은 상대적’이란 말도 여기에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시간이 흘렀다고, 모두의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시간과 흔들림의 대비는 지난달 세월호 선체를 찾았을 때 가장 극적으로 느껴졌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주변에 묶여 있는 노란 리본들이었다. 대부분 리본이 바람에 닳아 짧아져 있었다. 색깔도 누렇게 변해있었다. 흘러버린 시간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풍경이 달라졌다. 대부분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었다. 추모객들은 짧아진 리본 주변에 다시 긴 리본을 매달았다. 어느덧 한 쪽 벽이 샛노랗게 물들었고, 긴 리본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 흔들림이 조금씩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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