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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싸운 일 그날 풀며 ... 다름을 존중하고 신앙으로 극복

그날 싸운 일 그날 풀며 ... 다름을 존중하고 신앙으로 극복

‘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 30대와 70대 부부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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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5 발행 [1662호]
▲ 표명렬·권태경씨 부부

▲ 김리나·권영범씨 부부



‘사랑과 기쁨인 가정의 해’ 폐막을 앞두고, 가정의 기둥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두 부부를 만났다. 결혼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젊은 부부에게는 육아의 고단함과 치열함 속에서도 풋풋한 사랑이,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80대 부부에게는 삶의 진한 연륜과 서로에 대한 존경이 묻어난다.



김리나(벨리나, 32, 의정부교구 도래울본당)ㆍ권영범(다미아노, 34)씨 부부

결혼한 지 5년, 3살 4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봉사자로 처음 만났고, 아내가 포콜라레 청년 모임에 초대해 인연이 이뤄졌어요. 각자 동정 성소의 길을 탐색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돌고 돌아 다시 만나 가정을 꾸렸습니다.

연애할 때는 거의 안 싸우고,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결혼 후에는 양가 가족 관계도 얽혀있고, 매일 함께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아주 작은 일로도 싸우게 되더라고요. 저희가 다짐한 것은 그날 싸운 일은 그날 풀기였습니다. 어느 한쪽도 굽히기 어려울 만큼 싸운 날이면 자연스럽게 화해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럴 때는 그냥 자존심을 팍 숙이고 한번 안아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머리로는 둘 다 잘못했고, 사과를 하고 넘어가면 되는 걸 알지만 마음으로는 잘되지 않아서, 그럴 때는 서로를 안아주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신앙 안에서 만나 하느님에게 더 가까워지리라는 기대와 다짐이 있었습니다. 육아와 회사생활 등으로 하느님이 쉽게 뒷전으로 밀리더라고요. ‘같이 묵주 기도를 바치자, 성경을 읽자,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자’와 같은 자잘한 약속들을 시도하면서도 매번 흐지부지되기도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저희는 특별히 신혼여행으로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영국 켄터베리에서 로마 바티칸으로 향하는 비아 프란치제나를 걸었습니다. 혼인 성소의 단단한 기초를 만들어줄 도전을 하고 싶었거든요.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스스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다져가는 데 있어서 순례길은 좋은 선택이었어요.

순례길은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지금도 두 아이를 각자 배낭에 메고, 한국에 있는 둘레길을 종종 다니곤 한답니다. 아이들이 걷는 게 서툴러 속도는 느려졌지만 아이들도 좋아하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육아는 관계에 스트레스를 많이 주더라고요. 이 스트레스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잘 녹여내지 않으니 독이 되더라고요. 서로가 사랑하고 일치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서로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희는 부모이기 전에 ‘부부’임을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가 워낙 소중한 존재이다 보니, 서로를 배려하는 일이 순위에서 밀리더라고요. 서로의 기분을 늘 살피고, 좀 지나간 일이더라도 “그땐 미안했어”, “고마워”라는 말을 하려고 노력해요. 또 서운하거나 섭섭한 감정은 털어놓고요. 감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잘 봐서 조심스럽게 나누면 서로 이해받았다고 느끼고, 큰 싸움으로 안 번지더라고요.

부부가 되고 매일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제일 좋습니다. 서로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부부가 되면서 삶의 고민들이 더 깊어졌습니다.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때로는 너무 희생적인 어머니나 아내 역할을 하려고 할 때는 힘든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서로를 진심으로 잘 알고, 약한 모습도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족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체험하며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권태경(아기 예수의 데레사, 82, 서울 창5동본당)ㆍ표명렬(스테파노, 85)

저희는 항상 손을 꼭 잡고 붙어 다닙니다. 동네 반찬가게에도 함께 가고요. 밖에 외출할 때에는 제가 아내의 핸드백을 꼭 들어줍니다. 대모님께서 계단에서는 위험하다고 손잡고 다니지 말라고 할 정도예요. 둘이 항상 함께 다니면, 낯선 젊은이들이 다가와서 ‘두 분처럼 나이 들고 싶다, 너무 아름답다’고 해요. 저녁에는 제가 꼭 안마를 해줘요. 30분씩 안마를 해주면 저도 팔 운동이 되고 참 좋아요.

1969년 2월 22일 오후 2시에 신문회관에서 결혼했어요. 50년을 넘게 같이 살았죠. 장군 출신인 저는 육사 동기생의 친척을 소개받았고, 당시 아내는 고려대학원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중매로 만나 1년 연애했어요. 그때 제가 31살이었고, 시집오겠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만나보니 차분하고, 포근한 느낌이 좋았어요. 제가 찾던 사람이었죠. 저는 전라도 출신이고, 아내는 경상도 출신이다 보니 서로 문화와 기질이 너무 달랐습니다. 저는 생선을 좋아하는데, 아내는 나물을 좋아하고요.

저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다 인사해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요. 아주 사소한 일이었지만 인사를 잘하는 습관이 CF 촬영하는 일까지 연결이 됐어요. 20년 전이죠. 동네 아주머니의 아들이 모델을 뽑는 에이전시에서 일하는데, 사람이 참 친절하고, 인상이 좋은 분이 있다고 소개를 했고, 그 아들이 한번 만나자고 하는 거죠. 그때 아내가 58살, 제가 61살이었는데요. 삼성 실버타운 소개 홍보영상을 저희가 찍게 된 거예요. 그 후로 1년에 1, 2건씩 광고 섭외가 계속 들어왔습니다. 복권 공익광고를 비롯해 페브리즈 광고, 최근에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 광고에서 자상하고 인자한 할머니로 출연했어요.

데레사는 귤과 오렌지를 좋아합니다. 이분은 제가 오렌지를 싫어하는 줄 알아요. 그만큼 저는 아내를 어려워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물 한번 가져오라고 한 적 없어요. 장을 보러 갈 때에도 ‘데레사가 이걸 사는 걸 원할까? 데레사가 좋아할까?’ 생각합니다. 배우자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의식하는 것, 그게 사랑이지요. 25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아내는 ‘경청’이 몸에 밴 인격자에요. 제가 외출할 때 아내는 늘 ‘말보다 경청, 늘 많이 듣고 오세요’라고 말해줍니다.

부부가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생깁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리는 거예요. 부부는 자라온 과정과 환경도 다르죠. 하는 일도 다르죠. 서로 다름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먹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지 않습니까? 배우자가 자기 자신과 같을 수는 없으니까, 다름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참으면 될 것을, 서로 안 도와주고, 자기만 안다면서 못살고 헤어지는 분들도 많은데, 그럴 때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합니다. 화가 나려 할 때 신앙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제일 극한 상황에서 성모님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것까지 인내하셨는데, 이런 걸 가지고 화가 난다고 생각하면 불만이 없어져요. 시간만 나면 기도를 합니다.(아내)

밥을 하고 설거지하는 일은 아내가 하고, 청소하고 바닥 닦는 일은 제가 합니다. 빨래는 같이 개고요. 안마를 해주다 보면, 눈물을 흘릴 때도 있어요. 누구든 혼자 남겨질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그래서 지금을 더 잘 살 수 있는 거죠. 둘이서 오래오래 살다 비슷하게 하느님 곁에 가고 싶죠. 아들딸들이 잘 커 줬고, 큰 풍파 없이 건강하게 산 것에 감사하고, 매일 매일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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