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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낙태권 폐지’ 판결 초안 유출에 국론 분열

미국 ‘낙태권 폐지’ 판결 초안 유출에 국론 분열

연방대법원 의견서, 50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임신 24주까지 낙태 허용한 내용 사실상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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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5 발행 [1662호]
▲ 낙태법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이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S】



미국에서 낙태 찬반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전역의 낙태권을 인정한 50년 전 판례가 뒤집어질 상황에 처하자, ‘생명 존중’이냐, ‘신체의 자유’냐를 두고 미국 사회가 다시금 둘로 나뉜 것이다.

미국에서 낙태 논란은 반세기가 넘도록 뜨거운 사회, 정치 이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이를 두고 양분되기도 하며, 이에 미국 교회는 늘 성명을 내고 낙태 금지에 관한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이번에 다시금 낙태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한 언론사가 2일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폐지에 무게를 둔 한 의견서를 사전에 유출 보도하면서다. 이는 50년 전 미국이 인정한 낙태권을 사실상 폐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은 1973년 연방대법원이 낙태 합법화를 선언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반세기 동안 미국 내 대부분 주와 연방의 낙태 금지법을 낳았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 약 24주(6개월) 뒤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이전에만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번에 사전 유출된 의견서 초안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전면 무효화하고, 낙태 문제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견서는 “낙태 문제가 국가적 해결과는 상관없이 논쟁을 불태우고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법원의 의견이 사전에 유출된 전례도 없었던 데다, 미국 사회가 워낙 낙태권 보장에 대해 오랫동안 대립해온 탓에 이번 대법원 의견서의 사전 유출이 사회, 정치적으로 크나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보는 진보 진영과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는 보수 진영의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연방대법원은 현재 임신 15주부터 대부분의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법률을 놓고 재판 중이다. 이 판결 또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을 갖고 있다.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낙태 찬성론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이며, 법의 공정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판결이 뒤집혀선 안 된다”며 “이는 사생활과 관련된 모든 다른 결정에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미국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낙태권 보장을 외치는 여성과 단체들의 시위가 연일 워싱턴 연방대법원을 비롯한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의 신체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정부가 판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과 “어떤 태아의 생명도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없다. 49년 동안 6000만 명이 넘는 태아가 희생됐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맞서는 것이다. 낙태 이슈는 오는 11월 열릴 중간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교회의는 4일 성명을 내고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는 모든 태아와 어머니를 위하며, 그들과 함께 서 있다”며 “교회는 뜻밖의 혹은 어려운 임신에 직면하고 있는 여성과 부부들과 동반하고자 함께 걷기를 통해 사목적 보살핌을 제공하는 노력을 배가할 것을 약속한다”며 낙태권 폐지 결정이 이뤄지길 기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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