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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뽀로로 수녀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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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발행 [1663호]
▲ 이문숙 수녀



우리 동네 아이들은 우리 수녀들을 볼 때면 “Sister 뽀로로, 뽀로로” 하고 손을 내밀며 아우성을 친다.

필리핀에 파견되어 올 때 아이들의 영양제로 나온 ‘뽀로로 캔디’를 사왔다. 영양이 결핍된 동네 아이들 볼 때마다 나눠주려고 주머니에 한 움큼씩 넣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뽀로로 캔디’를 나눠주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만 나타나면 동네 아이들이 먼 곳에서도 달려와서 손을 내밀면서 “Sister 뽀로로, 뽀로로” 하며 캔디를 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어느새 내 이름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뽀로로’ 수녀가 되어버렸다. 뽀로로를 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우리를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에 예수님이 새겨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웃으면서 나눠주곤 한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이면서 성소자가 흔치 않다. 우리나라는 본당에 수녀들이 파견되어 있기 때문에 본당 수녀들을 통해서 성소를 얻고 수녀원에 입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또한 본당 수녀님을 보며 수도 성소의 꿈을 키웠고 수녀님을 통해 입회하게 되었다.

그러나 필리핀의 본당엔 수녀가 파견되어 살고 있는 곳이 없다. 본당 신자들이 수녀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편이어서 그런지 성소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마냥 무척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나는 동네 아이들에게 ‘뽀로로’ 영양 캔디를 나눠 줄 때마다 주님의 축복을 빌어주면서 “나중에 커서 수녀원에 들어오렴” 하며 주문을 외운다. 계속해서 이렇게 주문을 외우다 보면 ‘머리와 마음에 주님의 이름이 각인되지 않을까’, ‘잘 자라 수녀원을 찾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늘도 ‘뽀로로 수녀’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모든 걸 보고 계시는 그분께서 ‘좋은 일’을 이뤄주시는 그 날까지, 우리 아이들이 뽀로로를 받아먹을 때마다 건강히 잘 자라서 이다음에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으로 잘 자라서 사제가 되고, 수도자가 되길 희망해본다.



이문숙 비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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