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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은 청년들의 꿈 펼치는 기반… “교회와 세상 바꾸고 싶어”

신학은 청년들의 꿈 펼치는 기반… “교회와 세상 바꾸고 싶어”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 (2) 가톨릭대 신학대학 평신도 학생들(장소현·백진민·전지혜·홍예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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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6 발행 [1668호]
▲ (왼쪽부터) 전지혜·백진민·홍예진·장소현씨



사제 양성 기관으로 출발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이 평신도에게 입학의 문을 연 지도 올해로 반세기가 됐다. 그동안 신학을 배우려는 평신도는 꾸준히 늘어 이젠 사제 지망생과 수도자를 합친 수보다 많다. 최근에 여러 변화도 있었다. 평신도 여학생이 최초로 학생회장과 부회장으로 선출되고, 일반 학생에게 복수전공이 허락됐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이신 하느님을 연구하는 신학대학 평신도 학생들. 과연 그들은 한국 교회와 청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가톨릭대 성신교정 근처 카페에서 두 번째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 주인공 4인방을 만났다. 3학년 장소현(데보라, 26)씨와 4학년 백진민(안나, 23)ㆍ전지혜(쟌느, 24)ㆍ홍예진(크리스티나, 24)씨다.



무궁무진한 신학에 매료된 청년들

“제 신앙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죠.”

장소현씨가 ‘학교 와서 많이 들은 질문’이라며 신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를 명쾌하게 요약했다. 원래 경찰을 꿈꾼 그는 연이은 입시 실패로 마음고생을 했다. 그러던 중 친오빠 손에 이끌려 가톨릭에 입교했다. 예수수도회에서 하는 관상기도 피정에도 참여했다. 그때 장씨는 신앙을 느꼈고, 삶이 변화하는 체험을 했다. 그리고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만난 신학은 신앙에 관해 이야기하는 가장 현실적인 학문이었다. 지금 그는 직접 몸으로 뛰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사회복지학을 같이 공부하고 있다.

범죄 심리학자가 되고 싶었던 백진민씨도 신학대학에 다니면서 꿈이 바뀌었다. “원래 범죄자들의 뇌를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신학을 배우다 보니 죽음이나 범죄보다는 생명이나 인간 존엄에 관해 관심이 더 많이 가게 되더라고요. ”

백씨는 졸업 후 대학원에서 생명윤리를 전공할 예정이다. 그는 “신학을 배우면서 인간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가치관을 적립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못난 짓을 한 사람까지 사랑해 줄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제는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신학과 사회학, 신학과 여성학의 만남

전지혜씨는 신학자의 꿈을 이어가기로 했다. 교황청에서 인정하는 신학 학사학위(STB)를 따고자 5학년 과정에 들어간다.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대학으로 유학 가기 위해서다.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했던 전씨는 사실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입시를 겪으며 꿈은 점차 흐려졌고, ‘왜 자연과학을 하고 싶어 했지?’라는 물음만 남았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던 이유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알려줄 것 같아서였어요. 그런데 그 답을 신학에서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불변하는 진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신학은 수학ㆍ과학과 닮았어요.”

전씨는 “신학의 결론은 늘 ‘그래서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느냐?’, ‘세상에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느냐?’”라며 “저도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학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불평등이나 부의 재분배와 같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사회학을 복수 전공해 신학과 사회학이라는 2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신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홍예진씨가 가고자 하는 길은 ‘여성 신학’이다. 그는 “4년 동안 신학적인 토대를 닦았으니 이제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홍씨는 여성 신학에 관심을 둔 남녀 수도자ㆍ평신도와 독서모임도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교리나 신학 등 교회 안에서 여성의 시선이 많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둘러보면 신자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사제는 남성이잖아요. 그래서 사제가 여성의 입장을 다 대변하고, 여성의 말을 경청하는 데는 늘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교회는 여성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가

교회 내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낙태’도 화두에 올랐다. 학생들은 “교회가 여성을 향해 ‘낙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올바른 설명 없이 ‘낙태는 무조건 안 돼’라고만 밀어붙이고, ‘낙태하는 것은 여자들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고 접근하면 설득이 되지 않아요. ‘여성들이 뭘 몰라서 낙태를 찬성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반대로 여성들은 ‘뭘 모르는 건 당신들’이라고 나오면서 평행선을 달리는 거죠. 죄책감을 심어주는 방식도 옳지 않아요. 여성 신자가 교회를 떠나기까지 밖에 더하겠어요. 솔직히 누가 자기 몸에 칼을 대고 생명을 앗아가는 일을 가볍게 여기겠어요. 낙태까지 몰리게 된 여성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에는 낙태를 찬성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수녀님이 여성을 위한 관점에서 낙태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그 뒤로 들은 강론이나 수업은 여성들의 시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설득력이 떨어졌어요.“



본당에 청년 신자가 설 자리는 없다

백진민씨는 신학대학을 다닌다는 이유로 본당 교리교사를 하게 됐다. 그는 사제의 날 선 언행이나 강압적인 태도, 기존 청년 단원들끼리만 뭉치는 배타성 때문에 상처받았다. 백씨는 “저처럼 아픔을 겪고 떠난 교우를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계속 기억하며 진심 어린 태도로 연락하고 설득하는 것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소현씨는 “청년들이 신앙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떠난다”고 지적했다. “지금 본당에선 함께 영적 나눔과 기도하는 모임을 찾기 힘들어요. 청년들이 기도하고 묵상하는 방법을 배울 길이 거의 없다는 뜻이죠. 저도 오빠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피정이 뭔지도 몰랐을 거예요. 청년에게 피정과 기도와 묵상이 뭔지 자세히 알려주고 함께 해보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본당에서 주보를 통해 알리는 것만이 아니라 교회 단체ㆍ수도원 등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기도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죠.”

전지혜씨는 ‘자유도가 낮은 게 청년들이 떠나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각자 방식으로 스스로 표출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대에겐 획일적인 틀을 강요받는 느낌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례단은 관행에 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장을 지적받는 경우가 많아요. ‘분심이 들기 때문에 옷깃 없는 상의는 안 된다’, ‘물방울무늬 양말도 안 된다’ 이런 식이죠. 근데 신부님이 바뀌면 이 규칙도 조금씩 변해요. 작년에는 청바지 입어도 됐는데, 올해는 또 청바지는 안 된다니까요. 주님 앞에서 가장 좋은 옷을 갖춰 입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외적 전례보다도 봉사하고자 용기를 낸 청년의 마음이 조금 더 고려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전씨는 본당에 청년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도 없고, 기성세대도 이들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청년 입장에서는 ‘내가 굳이 ‘회사’를 하나 더 늘려야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이 목소리를 내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좌 신부나 부주임 신부에게만 ‘청년을 잘 돌보라’고 일임할 게 아니라, 주임 신부 역시 청년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필요가 있고, 그런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삼자가 아닌 청년이 원하는 대로 청년 활동이 이뤄지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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