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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그냥 관둬’ 듣곤 해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리교사로 행복”

‘힘들면 그냥 관둬’ 듣곤 해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리교사로 행복”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 (3) 교리교사 이예지 (제노베파, 서울대교구 쌍문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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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4 발행 [1672호]
▲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앞에서 만난 교리교사 이예지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본당 주일학교도 2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웠던 선생님과 친구를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학생들은 벌써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교리교사들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저출산과 코로나 여파로 주일학교에 적잖은 변화가 있는 만큼 이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특히 학업이나 취업ㆍ결혼 등 한창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청년은 더욱 그렇다.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대 교리교사다. 서울대교구 쌍문동본당에서 6년째 초등부 교사를 하는 이예지(제노베파, 24)씨를 만났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저출산·코로나19로 달라진 주일학교 풍경

“2년 전에는 글자를 몰라서 자기 이름을 ‘그려달라고’ 했던 아이들이 이젠 알아서 이름을 잘 쓰더라고요. 참 대견했죠.”

코로나19 이전에 유치부 수업을 맡았던 이예지씨가 ‘어느새 학생들이 많이 커버렸다’며 웃었다. 쌍문동본당 주일학교는 지난 4월 17일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대면교육을 재개했다. 그전에는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교리교육을 했다. 초등부는 유치부부터 6학년까지 한꺼번에 모아 진행했다. 다 합쳐야 2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쌍문동본당 초등부 학생 수는 4년 전만 해도 세 곱절인 60명에 달했다. 이제 학년마다 반을 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씨가 맡은 유치부도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아우르고 있다.

주일학교 학생이 줄어든 데는 신앙보다 학업을 중시하는 학부모 영향도 크다. 많은 이들이 자녀에게 성당 갈 시간에 학원에 가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나 신부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과연 그런 학부모들 가운데 주일 미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신앙의 모범을 보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씨의 경우는 달랐다. ‘학교나 학원 수업은 빠져도, 미사는 절대 빠지면 안 된다’는 게 어머니의 신조였다. 그 덕에 자연스레 신앙생활을 습관화했다. 성인이 되자마자 교리교사를 한 이유도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주일학교 선생님들’ 모습이 멋져서였다.

“학생들로 북적북적한 게 주일학교다운 모습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저희 본당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긴 해요. 같은 지구 어느 본당에선 주일학교가 아예 없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라고요.”



교리교사 그만두고 냉담에 빠지는 이유

주일학교가 없어지는 본당은 학생보다도 교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이씨는 “청년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리교사는 일주일에 하루만 봉사하는 것 같지만, 실은 평일에도 교육이나 행사 등 준비할 게 많다”며 “그만한 시간을 투자하는 게 청년들에게 벅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일 내내 바쁘게 살아온 청년에게 주말을 온전히 쉬고 싶다는 욕구도 강렬할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주일학교를 그만두는 교사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겐 선생님이 꼭 필요하다고 말리지만, 마냥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자기 삶이 바쁘다는데, 어떻게 계속 말리겠어요. 그래서 다들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언행을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장기근속 교리교사 중에는 ‘고인 물’이 되고 싶지 않아 관두는 이들도 많다. 스스로 언행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다. ‘꼰대처럼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하게 된다. 이씨도 최근 비슷한 심정이다.

“이제 갓 스무 살인 신임 교사와 나이와 연차 차이가 꽤 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그들에게는 꼭 따라야 하는 ‘법’처럼 되는 거예요. 제가 말한 게 결코 정답은 아닌데…. 그래서 어린 교사들 눈치도 보이고, ‘손뼉 칠 때 떠나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에도 이씨는 아직은 그만둘 마음은 없다. 사랑하는 학생들이 커가는 모습에서 큰 행복감을 느끼는 까닭이다. 조건 없이 예수님과 하느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신앙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그는 힘이 닿는 한 교리교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이씨의 언니도 중고등부 교리교사를 하다가 고인 물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그만뒀다. 5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잠깐 쉬고 싶다”고 가족에게 통보했다. 언니는 벌써 3년째 냉담 중이다. 이씨는 “동료 교사 언니들도 하나같이 냉담해서 당분간 교회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둔 교리교사들이 냉담에 빠지는 일은 흔하다”고 밝혔다. 지친 까닭도 있지만, 혼자 하는 신앙생활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학생과 동료 교사들과 함께 미사에 참여했는데 이젠 혼자 해야 하니까 어색한 거예요. 또 미사 끝나고 회의하고, 놀기도 했는데 곧장 집에 가야 하니까 그 괴리감이 큰 거죠. 물론 신앙 그 자체만을 바라보고 성당에 가는 게 맞는데, 그러기가 어려운 모양이에요.”


▲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예지씨

▲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예지씨




종교 활동에 흥미 못 느끼는 청년들

청년 신자가 꾸준히 늘어나 교리교사를 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이씨는 “신자를 새로 유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또래 20대 청년이 대부분 종교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친한 친구 중에 종교, 특히 가톨릭을 믿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그 친구들은 저를 보고 진심으로 의아해 한다”고 덧붙였다.

“돈처럼 실질적으로 얻는 게 없는데, 도대체 주말마다 왜 성당에 가서 시간을 쓰느냐고 묻더라고요. 제겐 그런 물질적 이익보다 아이들의 행복과 신앙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공감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가끔 제가 성당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고 말하면 ‘그럼 그냥 관둬’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고요. 더는 성당 이야기를 안 하게 됐어요.”

이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종교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면 말 그대로 ‘괴짜’나 ‘좀 이상한 애’ 취급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종교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많이 일어난 탓에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고 그는 추측하고 있다. 이씨에게도 종종 ‘예수쟁이’와 같은 직설적인 공격이 날아오곤 했다.

“‘이렇게 한다고 진짜 천국 갈 것 같으냐’ ‘진짜 그 정도로 하느님을 믿느냐’는 질문도 들었어요. 저야 당연히 신앙에 확신이 있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또래 집단을 많이 의식하는 청년은 눈치 보다 냉담의 길로 빠지기 쉬울 것 같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잘못한 거 없으니 당당한 신앙인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청년 신자 늘리기보단 유지에 집중해야

“청년 신자 수를 늘리기보다 유지하는 방법부터 찾는 게 급선무”라고 이씨는 강조했다. 교회에 개선책을 제안해 달라고 하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교회에서 정확히 뭘 하는지 몰라 문제점을 말해주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일단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며 “주보를 보면 귀퉁이에 자그맣게 쓰여 있는데 눈에 잘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성경공부 이런 게 제일 많이 보이더라고요. 솔직히 재미없어 보여요. 교회가 제시하는 청년 활동은 대부분 신앙심을 높이는 것뿐이라 단조롭게 느껴져요. 청년들이 무얼 하고 싶어 하는지 먼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이씨는 “성지순례나 꽃꽂이처럼 청년끼리 함께 무언가를 하며 친밀감과 유대감을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본당에서 엠티 같은 걸 많이 갔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사실 재미란 걸 무시할 순 없잖아요. 그렇게 청년들끼리 유대감과 친밀감을 쌓으면 서로 신앙생활에 버팀목이 돼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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