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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제들, 하느님 백성들에게 다가가 사랑 표현하라”

교황 “사제들, 하느님 백성들에게 다가가 사랑 표현하라”

착한 목자 역량, 친밀함과 온유한 사랑... 성실한 기도생활로 안일함 멀리 하고 주교 험담하기보다 소통하라고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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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7 발행 [1688호]
▲ 7일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 수도자 신학대학원 공동체 예방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신부의 볼을 쓰다듬으며 친밀감을 표시하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와 수도자들을 잇달아 만나 애정 어린 조언을 이어가며 격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남미 신학교 총장과 사제양성 담당 신부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준비한 연설 원고를 내려놓고 “내용이 묵직하니 시간을 내어 차분히 읽어보라”고 말한 뒤 평소 사제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교황은 이날 착한 목자가 갖춰야 할 역량은 ‘친밀함, 자비, 온유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7일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 수도자 신학대학원 공동체 예방을 받았을 때는 “조직과 활동 등 외적인 일에 몰두하느라 사람과 공동체에 있는 은총의 풍요로움을 놓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동체를 중시하라고 당부했다. 로마에서 수학하는 신부들에게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라”고 독려했다.

교황이 최근 한 달 새 만난 사제와 수도자들의 국적과 소속은 다양하다. 하지만 조언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조언은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 내용이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친밀함과 온유한 사랑을 잘 표현해야


교황이 최근 사제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친밀함과 온유한 사랑의 표현이다.

“여러분이 행동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굳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강론할 때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추상적인 말만 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성당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입니다. … 사람의 성숙함을 나타내는 세 가지 언어, 곧 머리의 언어ㆍ마음의 언어ㆍ손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십시오.”(10월 24일 사제들과의 대화)

교황은 또 사제가 ‘양의 냄새’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하느님의 충실한 백성을 계속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제가 하느님 백성에게서 멀어지면 “사상가, 훌륭한 신학자나 철학자, 교구의 모든 업무에 능통한 팔방미인은 될지언정 양 냄새를 맡는 능력은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들을 대하는 행동과 태도에 대해서도 도움말을 줬다.

“고함을 지르고, 모든 일에 과부하가 걸리고, 서너 가지 일에 매달려 대화할 줄 모르고, 아이를 어루만지거나 노인을 안아줄 줄 모르고, 병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며 병문안을 가지 않는 사제가 본당 사목 계획이나 그 밖의 다른 것은 잘 지킵니다. 안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10일 중남미 사제들과의 대화)



안일함은 대죄보다 나빠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은 기도생활이다. 기도하지 않는 사제는 안일함에 빠지는데, 그 안일함은 대죄보다 나쁘다고 단언했다.

“기도하지 않는 사제는 ‘쓸모없이’ 살게 됩니다. 그러한 것을 대죄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대죄보다 더 나쁜 안일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대죄는 여러분을 두렵게 하고 즉시 고백하러 가게 합니다. 그러나 안일함은 삶의 방식, 너무 과하지 않는 삶의 방식입니다. (습관처럼 짓는 죄이기에 더 나쁘다는 뜻) 진지하게 기도하고, 영성지도 신부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십시오.”

이어 사제가 누군가와 영적으로 동행하지 않으면 “영혼에 곰팡이가 슨다”고 덧붙였다.



주교를 찾아가십시오

신부들에게 주교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하지만 친교와 소통이 부족해 간혹 신뢰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을 때가 있다. 이에 대해 교황은 “(불만이 있으면) ‘뒷담화’ 하지 말고 직접 찾아가 이야기하라”고 권고했다.

“주교 없는 교회는 없습니다. … 주교는 여러분의 아버지입니다. 여러분이 주교 면전에서 말할 용기가 없다면, 엉뚱한 사람에게 가서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십시오. 그렇지만 남자답게 주교를 찾아가거나 주님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간구하십시오. 주교 역시 사제들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또 주교에 대한 신부들의 ‘뒷담화’도 지적하고 “험담은 성직자들의 가장 추악한 악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교의 인간적 나약함마저도 “술에 취해 벌거벗은 채 누워 잠든 아버지의 알몸을 덮어준 노아의 두 아들처럼(창세 10, 18-29 참조)” 덮어주라고 조언했다.

“주님의 포도원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그를 덮어주십시오. 그는 여러분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주교의 상처받고 죄 많은 모습을 다른 이들과 함께 비판하며 비웃거나 여러분의 일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지 마십시오.”



성소 감소에 좌절하지 말아야

수도자들은 교황을 만날 때마다 성소 급감과 회원 고령화 등 수도회가 마주한 도전을 헤쳐나갈 지혜를 구한다. 교황은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움츠러들지 마라. ‘패배의 영’을 멀리하고 성령을 따라 살라”고 독려한다.

“그 문제는 하나의 유혹이자 좌절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것이 우리가 마주해야 할 도전입니다. 비관론에 빠진 사람들은 믿음을 한쪽에 제쳐놓습니다 … 하느님 말씀, 그리고 창립자들의 창의성과 역사를 통해 수도생활을 하면 할수록 더욱 희망을 품고 미래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7일 수도자들과의 만남)

교황은 성소가 부족한 나머지 제대로 식별하지 않고 성소를 찾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자주 경고한다. 지난 4월 몰타 순방 중에도 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겸손한 마음, 봉사하는 마음, 진정성 있는 마음’을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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